강원도 창업 생태계 변화와 대학의 역할 포럼
▲ 강원대학교와 강원춘천 강소연구개발특구, 강원대학교 기술지주회사, 강원도민일보가 주최한 '강원도 창업 생태계 변화와 대학의 역할' 포럼이 지난 25일 오후 강원대
KNU스타트업큐브에서 열려 2부 라운드 테이블에서 토론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서영 강원도민일보와 강원대, 강원 춘천 강소연구개발특구, 강원대기술지주회사 주최로 지난 25일 강원대
KNU스타트업큐브에서 열린 '강원도 창업 생태계 변화와 대학의 역할' 포럼은 실제 창업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1부 특강 강사로 나선 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는 자신이 겪어 온 여러 시행착오를 가감없이 털어놨다. 감자빵은 한국에서, 미국에서, 호주에서 이 대표가 직접 부딪혀 넘어지고 깨지면서 만든 성과다. 그는 특강을 통해 청년들이 강원도에 머물 수 있는 기업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2부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청년 창업가와 투자자들의 경험담이 이어졌다. 토론자들은 자금조달에 대한 계획을 수립,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너 역시 기업평가의 대상이 된다는 점도 덧붙였다. 창업현장에서는 인력 이탈과 투자 유치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강원도 창업 생태계 변화와 대학의 역할 포럼 내용을 싣는다.
1부 이미소 농업회사법인 밭 대표 특강
"시행착오 끝에 '감자빵' 성공 지속가능 농업 발전" 가격경쟁 지양 농산물 품종 다양성 필요
감자 활용 아이템 개발 실패·도전 반복
'농부가 꿈이 되는 사회' 조성 목표
■ 감자와의 인연
감자빵을 개발해 150명이 넘는 크루들과 함께 감자빵을 팔고 있다. 우리나라 마트에 가면 한 종류의 감자만 있다. 이 점이 안타까웠다. 외국에는 감자가 다양하다. 사람들이 한 가지 감자만 사다보니 종의 다양성이 줄었다. 그러나 이는 농가소득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 번은 동네 할아버지께서 20년 전과 지금의 감자 값이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이해가 안됐다. 검색해보니 실제로 유통비가 포함된 가격은 변했지만, 정작 밭에서 거래되는 감자 값은 20년째 제자리 수준이었다. 옷가게에 갔다고 가정해보자. 매장에 있는 여러 옷의 디자인과 사이즈가 다 똑같다면 무엇을 보고 결정하겠는가. 가격이다. 하지만 마케팅에서 가장 피해야 할 경쟁이 가격경쟁이다. 치킨게임이 된다. 농가끼리 특별하게 경쟁할 것이 없다 보니 가격경쟁만 하게 돼 서로 치킨게임이 됐다.
이 때문에 가격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농작물을 팔지 않고 그냥 밭을 갈아 엎기도 한다. 내 아버지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 아버지는 종의 다양성에 관심이 많았다. 한 번은 초대를 받아 미국에 갈 일이 생겼다. 미국 전체 인구의 30%가 먹는 감자를 담당하는 지역이 아이오와주다. 참가자들이 수 백가지 품종의 감자를 심고, 다양한 감자요리를 해먹으며 품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 초대를 받게됐다. 그 곳에 가서 다양한 감자를 봤다. 종의 다양성과 농가소득이 직결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몇 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농업회사를 만들거나, 수 백명의 직원과 함께하는 스타트업을 만들자는 계획을 갖고 사업을 시작한 게 아니다. 그저 아버지가 고생해 농사 지은 감자가 마이너스만 되지 않게 하자, 다양한 품종의 가치를 알게 하자라는 정도에서 시작했다.
■ 계속되는 실패와 좌절
나는 '프로포기러'다. 대학 전공도, 호주 유학도, 입사한 회사도 도중에 그만뒀다. 우리나라는 중간에 포기하면 낙제자라고 부르지만 아니다. 내 사업 방식은 린스타트업(빠르게 시제품을 만든 뒤 시장의 반응을 보고 이를 다음 제품 개선에 반영하는 전략)이었다. 처음에는 감자를 팔고 싶은데 다양한 걸 알지 못하니 책자를 만들어 원물을 팔았다. 온라인에 감자 사진을 업로드해 팔았다. 그 다음엔 감자를 까서 팔아보자고 생각했고, 춘천은 막국수가 유명하니 감자를 활용해 막국수로도, 피클로도 만들어 계속 팔았다. 놀라운 건 팔아도 팔아도 돈이 안됐다. 그러던 중 다이어트 제품인 '예뻐보라'를 만들었다. 실패했다. 유통에 무지해 원가비율 설정을 잘못했다. 일손도 부족해 혼자서 하기에는 사업이 벅찼다. 제품 개발만 생각하고 정작 판매방식은 고민하지 못했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했고, 기회비용과 메타인지에 있어 실패했다.
■ 감자빵을 만들기까지
처음부터 다시 해봐야겠다 싶었다. 감자로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했다. 200개가 넘는 것 같다. 다양한 것들을 만들었다. 5년간 다양한 걸 하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되겠냐'였다. '고구마로 하지 왜 감자로 만들었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러던 중 본연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감자 본연의 모양을 유지하면서 감자 함유량을 최대치로 넣기로 했다. 그렇게 감자빵이 만들어졌다. 5년간의 여러 시도 끝에 아이템을 만들 수 있었다.
재작년부터는 춘천을 넘어 전국으로 나가고 있다. 현재는 개인사업자에서 더 나아가 지속가능한 사업을 위해 법인으로 변모, 농업회사법인 밭을 운영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밭에는 3가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먼저 '농산물이 자라는 밭'이다. 그리고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터'와 '개개인의 마음의 밭'이라는 의미도 담았다. 농부가 꿈이 되는 사회를 만들자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 농부가 꿈이 되기란 어렵다. 그러나 농사를 짓는 사람 외에도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터를 가진 사람, 마음의 밭을 일군 모든 이들이 농부다.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
2부 창업 청년들의 고군분투 지역 생존기 라운드 테이블
"자금조달 계획·현금유동 확인 필수 투자 유치 준비" 초기 사업단계 구체화 투자자 설득
핵심 연구인력 확보 등 '팀빌딩' 중요
춘천시, 청년창업 인프라 구축·지원
정주여건 개선 등 인력 유출 방지
◇좌장 △최성용 강원대 기술지주 본부장
◇토론 △박완성 벤처포트 대표 △강민구 보광인베스트먼트 대표 △안호정 하나증권 상무 △이구연 케이메디켐 대표 △송준혁 늘품이앤씨 대표 △최찬우 춘천시 산학협력과장
△박완성="창업 후 자금조달이 필요한 시기가 있다. 필요 타이밍에 내가 아이디어 만으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아니면 시제품과 매출이 발생해야 자금조달이 가능한지를 이해해야 한다. 내 사업에서 언제 자금조달이 필요한지 검토해야 한다. 투자자의 투자 레코드를 보는 준비성이 필요하다. 밸류가 높은 것만이 좋은게 아니다. 다음 단계까지 생각하면서 자금조달 계획을 세워야 한다."
△강민구="초기 투자를 받고 원래 계획대로 가는 회사는 없다고 생각한다. 성장하며 잘 피보팅(비즈니스 모델 변경) 하기 위해서는 어떤 아이템보다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어떤 팀원들이 함께하는지(팀빌딩)가 중요하다. 사업 단계에 대한 구체화도 필요하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큰 미래 만을 보고 투자를 하는 상황이 아니다. 투자자들에게 회사가 세운 일련의 단계를 잘 설명해야 한다. 자금조달에 대한 계획 수립, 캐쉬플로우(현금 흐름) 예측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줘야 호감을 가질 수 있다."
△안호정="
IPO(기업공개)관점에서 이야기하겠다.
IPO에 임박하면 기업의 규모도 크고, 안정적일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그 단계에 가면 또 다른 욕심이 생긴다. 초기단계부터 지름길을 생각하기 보단 자기만의 길을 꿋꿋하게 가는 게 좋다. 상장이 임박한 회사들에게 현금 상황을 묻는다. 위기는 인지하면 이미 늦는다. 현금 유동을 확인해 미리미리 준비하는게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장과 오너도 기업 평가의 대상이 된다.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대표가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구연="
R&D를 중심으로 하는 연구개발기업이다. 2018년도 법인 설립 당시와 지금의 춘천과 강원대를 비교하면 창업에 대한 분위기와 환경이 많이 변했다. 지금은 많은 투자자들이 춘천을 찾고 있다. 우리도
R&D를 하는 회사다 보니 핵심기술을 가진 연구인력이 지속적으로 회사에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젊은 친구들이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많다. 창업을 통해 성공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주여건이 함께 좋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송준혁="25살 때 학생신분으로 건설업을 시작했다. 사업자등록증 내는 법 조차 몰랐다. 기술개발 후 특허를 내도 학생이 했다며 투자를 못 받았다. 하나의 특허를 실현화 하는데 7억원이 소요됐다. 매출없이 7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전전긍긍했다. 실험 한 번에 1억
~2억원씩 들었다. 여차여차 지금까지 투자금 없이 왔다. 요즘은 도시재생사업이나 건물리모델링사업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간이라는 매개체 속에서 우리 기업이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콘텐츠가 지역 내에서 활성화되면 좋겠다."
△최찬우="춘천시는 창업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지역 혁신 창업 인프라 조성을 위한 기반을 확충하겠다. 창업기업의 시작 제작·실증 지원을 하겠다. 또한 전략적 특화 클러스터를 구축해 성장 동력을 마련하겠다. 정주여건 이야기가 나왔는데, 관련 예산을 확보하려 노력 중이다. 이를 통해 경험이 있는 전문 인력을 유치하겠다. 이외에도 기업 성장 활성화를 위한 글로벌 진출 기회 확대 및 지원 강화책을 마련하고, 자생적 투자 생태계를 조성하겠다. 미래 혁신산업 기술 특허와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겠다. 제도적 문제에 대해 여러분들과 소통하면서 개정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최성용="기업의 성공여부는 투자유치 및 자금조달이다. 창업하자마자 투자자를 찾기란 어렵다. 투자 뿐만 아니라 투자를 유치하면 기업의 성장전략이나 경영노하우 등을 지원 받을 수 있으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 자리를 통해 강원도 기업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 창업 기업에서
IPO까지 가는 기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장철성="지난 2008년도에 강원대에 왔다. 그때도 창업 붐이 있었다. 그때 창업을 지원한다고 하니 '애들 망하게 한다'고 욕을 들었다. 단장이 되면서 다시 살펴보니 왜 진작에 안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강원대가 지난해에 3500억원 정도의 사업을 발굴·수주했다. 이 중 많은 부분이 창업 생태계 투자로 이어졌다. 창업생태계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도록 강원대가 가지고 있는 재원을 활용해 잘 지원하겠다" 정리/정민엽